한국은 공화제이자 대통령중심제인 반면 일본은 입헌군주제이자 의원내각제(의회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양국민 사이 정치 의식의 차이가 생기기도 하는데, 그냥 체제가 다른 것뿐이라면 그렇게까지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다.
세부적인 차이가 있을 뿐 두 나라 전부 자유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민주국가이다. 마찬가지로 입헌군주제인 영국이나 스페인 등에 대해서 한국이 딱히 불편함을 느끼지는 못한다. 역시 공화제이자 이원집정부제인 프랑스와 입헌군주제이자 의원내각제인 영국이 상호 국민감정은 어떨지 몰라도 서로의 정치 체제에 대해 뭐라고 하지는 않는다. 유라시아 외의 국가를 봐도 마찬가지인데, 아프리카의 경우 알제리와 모로코가 아무리 서로 사이가 안 좋아도 서로의 정치 체제(알제리 - 공화제/이원집정부제, 모로코 - 형식상 의원내각제가 도입된 반입헌군주제)에 대해 뭐라고 하지는 않으며, 아메리카의 경우 미국과 캐나다가 미국 독립 전쟁이라는 역사적 악연과 별개로 서로의 정치 체제(미국 - 공화제/대통령중심제, 캐나다 - 영연방 입헌군주제)에 대해 뭐라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한일관계에서 이런 차이는 문제가 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일본이 과거 한반도를 식민지로 삼고 이후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천황을 중심으로 한 전체주의 체제가 주효했기 때문이다. 패전 이후에 반성을 했다고는 하지만 식민지배를 당한 국가에서 그들이 자신의 대표자로서 여긴 천황이 그리 좋게 보일 수는 없다는 점, 패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태평양 전쟁 당시 책임을 져야 했던 천황이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는 점은 전후 일본 내에서도 비판을 받은 문제이기도 하다.
또한 영국 등 유럽의 왕실은 그저 놀고 먹는 다이아몯드 수저라는 인식을 스스로 개선하며 스스로 관광 상품화되거나 군 자원입대 같이 노력을 하는 등 왕실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반면에 일본의 천황 가문은 아무런 일도 하지 않으면서 고대 신정 사회의 우두머리와 같은 종교적 상징으로서 폐쇄적 지위만을 누리며 또 일본 국민들은 이런 자들을 천황 폐하라고 부르며 따르는 모습을 봤을 때, 한국인들의 눈에 이러한 일본은 시대에 뒤떨어진 중세 봉건적 사회로[16] 보이기 쉽다. 일본도 천황의 존재 자체를 하나의 문화적 형식으로서 받아들이는 경향이 많아 졌지만 극우파들이 이따금씩 천황을 내세워서 구 일본제국 시절을 상기시키는 망언을 하기라도 하면 그게 단순히 문화가 아니라 정치적인 부분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신경 쓰게 만드는 것이다.
지리적으로 일본은 섬나라이고 한국은 반도라는 것도 영토 관념에 있어 차이를 만드는 점 중 하나이다. 섬나라는 주어져 있는 섬으로 곧 영토가 규정되는 반면 반도는 영토로서의 형상이 반은 주어져 있고 나머지 반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즉 바다와 맞닿은 부분은 눈에 보이는 한계선으로서 확실하게 그 경계를 보여주지만 대륙과 맞닿은 부분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영토를 규정하고자 하는 마인드 자체가 섬나라와는 달라지게 된다. 일본이 독도를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것은 독도가 한국과 마찬가지로 배타적 경제수역 안에 포함된 섬이기 때문인데, 섬나라에서 영토는 기본적으로 주어진 것(자연국경)임에 비해 반도국에 영토는 뺏길 수도 있고 뺏을 수도 있는 것이다. 거기에 기본적으로 반도국은 대륙에 대해 방어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가지고 있는 것을 최대한 빼앗기려 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도 마찬가지로 독도 문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는 것을, 일본은 그런 한국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비난하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일본이 독도를 자국령으로 주장하는 원인 중 하나가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 독도가 명기되지 않았다는 것인데, 일본은 "서류에 나와 있지 않았으니까 우리 땅"이라는 거고, 한국은 "옛날부터 자연법상으로 인정받은 땅이었다"라는 입장이다. 경제적인 부분에서 봤을 때는 양국 모두 겹쳐지는 경제수역 안에서는 공평하게 조업을 할 수 있고 그렇게 하기도 한다. 그렇지도 않은데도 넘어오는 중국에 비하면 실제로 경제적인 이해관계 안에서의 충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데,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두 나라를 암묵적으로 성립시키는 정치체제가 디테일한 부분에서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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